바로크 예술
|바로크 예술 1 – 바로크 건축
연세제일내과의원
노현정 원장
서양 예술의 흐름을 순서대로 나열한다면 당연히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부터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고조선, 부여, 옥저, 삼한…부터 한국사 공부를 시작하다 보면 지루해서 그냥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듯이 처음부터 너무 먼 옛날 얘기를 꺼내면 흥미가 반감되겠지요. 그래서 서양 고전 예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바로크 예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순서는 제 마음대로입니다. ^^
오늘은 첫 편으로 유럽 여행 때 많이 보게 되는 건물 양식 중 하나인 바로크 건축 양식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바로크 건축 양식의 특징을 알려면 바로크 양식이 아닌 것부터 알아야겠죠?
서론에서 말씀드렸듯이 그냥 수박 겉핥기식 초스피드 진행을 하겠습니다. 후루룩~
여기저기서 많이 보셨던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지요. 일단 좌우 대칭이고 황금비율(1:1.618)에
근거한 건축 양식입니다. 황금비율이란 우리가 매일 봤던 옛날 TV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정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황금 비율은 누가 처음 주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양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비율로 칭송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황금 비율일 때 가장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근거들도 많습니다. 그냥 익숙히 봐왔고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비율이 아닐까합니다.
(음식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맥심 커피믹스의 설탕 프림 비율이나 신라면 스프의 양념 비율이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제일 많은 것과 비슷합니다.)
로마 시대의 건축은 좌우대칭과 황금비율이라는 그리스 건축의 특징을 그대로 모방했는데요, 여기에다
아치(ARCH) 공법이 추가됩니다. 아치를 이용해 거대한 건축물들이 탄생됩니다. 지금도 콘크리트 없이는
로마시대의 거대 건축물을 재연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축 천재들의 시대였답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할 수 있지요.
로마네스크 양식은 로마(서로마제국)가 망한 후 고딕 양식이 나오기 전까지의 중세 건축 양식입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이란 한마디로 ‘로마~인듯 로마 아닌, 로마~ 같은 양식’ 이란 뜻입니다. 로마의 건축 양식의
특징인 좌우대칭, 황금비율, 아치 장식 등은 비슷한데, 좀 다르죠. 전체적으로 벽이 두껍고 폐쇄적인 둔탁한
모습입니다. 마치 똑같은 자동차이지만 이태리산 페라리를 보다가 멋대가리 없는 미국 캐딜락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 시기는 로마의 그늘아래 평화를 누리던 시대가 가고 여기저기서 봉건 영주와 왕들이 난립하던 시대로
작은 전쟁들이 밥 먹듯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교회나 큰 집을 지을 때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벽을 두껍게 하고 창문을 쬐끄만 하게 만들었답니다. 이 시기 삶의 목표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고딕 양식은 유럽의 12-15세기 건축 양식으로 높은 천장과 뾰족한 첨탑이 특징입니다. 빠리 노트르담 성당,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 밀라노 대성당, 프라하의 비트성당 등등 성당만 봐도 신이 계실 것이라는 믿음이
솟구쳐 나올 정도로 장엄하고 위압적이지요, 심지어 우리 집 근처에도 이런 비슷한 고딕 양식의 교회가 있습니다.
로마네스크 시기보다 건축양식이 발전해서 벽을 얇게 하면서도 높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되었고,
얇아진 벽에 창문도 크게 달아서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까지 합니다. 아무리 예술에 문외한이더라도
하늘이 빵꾸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의 높은 첨탑을 보면 고딕 양식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징적이지요.
르네상스 양식은 ‘너무 하늘만 쳐다보니 목 아프다. 땅도 좀 보고 살자’라는 정신에 입각해서 다시 그리스 로마의
좌우대칭, 황금비율로 돌아간 건축 양식입니다. 창문의 위치, 아치의 배열 등이 좌우대칭이며 특정 비율을
따르고 있습니다. 외벽도 매끈하지요.
마치 학벌, 외모, 품성.. 모든 면에서 세상의 룰(rule)과 일치하는 모범적인 이성 상대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의외로 큰 매력은 없다는 사실.)
보석 중에서 진주로 치면 표면이 매끈하고 흠이 없으며 완벽한 구의 형태를 지닌 상품(上品)의 고급 진주라고
보시면 됩니다.
반면 바로크 양식은 모양이 고르지 않고 찌그러진 진주를 가리키던 포르투갈어 바로코 (barroco)에서
유래되었습니다
16세기 중반에는 카톨릭 교회에 반기를 든 개신교가 유럽 각지로 퍼져 나갑니다. 카톨릭 교회의 위기지요.
그래서 다시 교회의 권위를 세울 수 있는 감동적인 건축 양식이 필요해집니다. 마치 선거 때 지지율 떨어진
정당이 당명을 바꾸고 새로운 로고를 만들어 국민들을 속여 먹으려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바로크 양식의 국가대표급인 바티칸 성당을 보시면, 건물 벽의 요철이 심하고 벽에 장식이 많이 붙어있고,
하느님의 천국을 상징하는 큰 돔(dome)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좌우대칭이나 황금 비율… 이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감성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한 목적입니다.
마치 드라마의 심각한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보톡스로 도배를 한 여배우의 팽팽한 얼굴 보다는 주름이 적당히
잡히고 얼굴의 곡선이 뚜렷한 배우의 얼굴이 더욱 감동을 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산 카를로’ 성당 벽면을 보시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벽면이 평평하지 않고 올록볼록 곡선의 굴곡이 있으며
그 위에 기둥으로 요철까지 주었습니다. 주변 장식도 매우 화려하고 잡다한 느낌을 줍니다. 좀 이해가 되시나요?
로마에 가면 보게 되는 삐까뻔쩍한 성당들 거의 대부분은 이런 바로크 양식입니다. 그 이유는 이전 피렌체
기행에서 언급했던 대로 로렌초의 조카인 클레멘스 7세 교황 시절 스페인이 로마를 침공해서 로마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로마 인구의 2/3가 죽거나 도망갔을 정도. (남미의 식민 지배 역사도 그렇고,
스페인은 화나면 무서운 나라 같습니다.)
이후 교황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땅에 떨어진 교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바로크 양식으로 죄다 교회를
다시 지었지요.
또한 크기가 큰 돔을 만들고 돔 내부에는 하느님의 나라인 천국을 형상화한 그림이나 신앙심을 쥐어짜는
그림으로 장식을 합니다. 교회에 나와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뜻을 강력하게 전달하는 거죠. (성경책 껴안고
자기주도 학습만 해서는 안된다는 신부님의 메세지)
의도는 다소 불순하고 정치적이란 걸 알면서고 막상 돔 위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서 있는
교회 공간이 하늘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잘 그렸습니다.
다이애나와 찰스 왕자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던 런던의 세인트 폴 대성당도 대표적인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랍니다. 유럽에 가서 벽이 울퉁불퉁 하면서 기둥과 다른 잡다한 여러 장식들이 많고 웅장한 돔이 있는
건물을 보게 된다면 거의 대부분 바로크 양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때 “아! 이건 바로크 양식이야.”라고 하시면 주변에서 ‘어~~ 뭣 좀 아는데!’라며 부러워하지 않을까요?
바로크 건축은 16-17세기 로마에서 시작된 건축 양식으로 전 유럽으로 퍼져나갑니다.
– 왜?
– 멋있으니까…. 간지 나니까…
바로크 양식은 후에 로코코 양식으로 이어지며, 근대에 다시 부활하여 20세기 초까지 서양 건축에 영향을 주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