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시간이 줄수록 개원의 행복 지수가 올라가는 이유
|진료 시간이 줄수록 개원의 행복 지수가 올라가는 이유
분당밝은안과 이호천원장
필자는 올해 1월부터 진료시간을 줄였습니다. 8시까지 하던 야간 진료를 7시로 줄였고 토요일 진료를 3시까지 줄여 일주일에 3시간의 여유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료시간이 줄면 진료건수(환자수)와 이에 따른 보험 수입이 감소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 예상에서 벗어났습니다. 평일 외부 약속과 주말 시간이 여유로워 졌습니다. 직원들 역시 연봉 조정 없이 근무 시간이 줄어 업무 몰입도와 직장 만족도가 좋아 졌습니다. 물론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는 가족입니다.
대한민국의 저수가 보험 환경에서 진료 시간을 늘이고 좀 더 많은 진료 수익을 올려야하는 숙명을 타고 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진료시간을 늘인다고 개원의의 삶이 꼭 행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근 일본 의사 시험을 지원하는 젊은 의사수가 늘다는 뉴스를 접해보면 그 이유를 수입보다는 수입외의 다른 가치를 찾는데 있습니다. 얼마전 일본 안과의 진료시간표가 의사회 게시판에 올라오자 부럽다는 댓글이 수십건이 붙은 적이 있습니다.
진료 시간을 줄이면 행복 지수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의사로의 삶이 예전같이 고수익을 통한 부의 축적으로 행복을 얻는 다는 패러다임에서 탈피했기 때문입니다. 비단 이러한 가치의 변화는 의사 직종뿐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도 찾아 볼수 있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의사수입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에서 일곱가지 행복의 조건에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 교육, 안정된 결혼 생활, 금연, 금우, 운동 , 알맞은 체중을 꼽았고 부는 행복의 조건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진료 시간을 늘여 진료 건수를 증가 시켜야 수익이 창출되는 현행 의료 보험 체계에서 참으로 어려운 결정중의 하나 일것입니다.
둘째, 작은 의원도 작은 사업체로 생각한다면 들어가는 자원과 나오는 수입이 있다면 효율적인 운영체계가 필요합니다. 진료만 보기에도 버거운 개원가 원장의 생활이지만 하루 일정 시간을 진료외의 경영 시간을 만들어 직원관리, 재무관리, 홍보, 세무 등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경영의 사고 방식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제조업자의 사고 방식은 더 싸게 더 많이 만드는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 졌다면 마케팅적 사고 방식은 “효과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고객(환자)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진료)에 집중해보는 것이 방법중의 하나일겁니다.
셋째, 의료 제도와 환경은 급변합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 속에 빠른 의사 결정과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최근 약품 처방시 심사평가원에서 고시된 병명 코드외는 전산 심사된다는 변경 사항을 모르고 처방했다가 천만원 가까이 약제비 삭감을 당한 원장님에게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이 분이 의사회 게시판을 유심히 보았다면 충분히 피할수 있는 삭감이었기에 안타까웠습니다. 진료시간을 늘인다 하더라고 조금의 방심이 진료 수익을 깍아 먹은 겨과를 초래합니다. 진료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개원가에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65세이상 진료비가 합리적으로 조정되어 어르신들 문턱이 낮아지고 ,약국의 문진을 통한 OTC약 판매를 근절하며 , 무분별한 보험 청구 삭감 사례가 줄어 의사들은 소신 진료를 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신뢰를 다시 얻고 ,국민과 의료기간의 불신을 초래하는 온갖 언론 매체의 보도가 자제되면서 의과대학에서 배운데로 최선의 진료를 하는 그런 행복한 진료실을 꿈꿔 봅니다. 그러면서 진료가 밀려 들어 다시 진료시간을 늘여보는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