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과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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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사회 학술이사 박종원(분당연세요양병원)
안녕하세요. 성남시의사회 학술이사 분당연세요양병원 원장 박종원입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답답하고 우울한 감정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작년 2월 말에 대구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코로나는 현재 우리의 삶의 모습을 여러모로 변화시켰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많은 전문가들이 겨울이 되면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올 거라 예견하였습니다. 저희 병원도 코로나 감염에 대비하여 예방적 조치를 하고 있었기에 설마 원내 감염병 전파가 현실화 될 거라 예상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새로 입원하는 신환에 대한 발열 및 증상 모니터링,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를 철저히 하였고, 병실을 포함한 공용공간 등의 실내 환기 및 소독을 주기적으로 시행하였으며, 보호자 및 외부인의 방문을 금지하고 주 2회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PCR 검사를 시행하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설 연휴 이후 간병사 세 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그분들이 근무하였던 병동 전체 전수검사를 시행한 결과 2월 18일 16명의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해당 병동은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졌고, 이에 병원 전 직원 및 환자 전수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10여 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여 중환자병동 일부 병실을 제외한 모든 병동과 병실로 코호트 범위가 확대되었습니다. 이후 병원에 내려진 코호트 격리는 결국 80명 이상의 확진 판정과 한 달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제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고충이 있었는데 하나씩 적어보자면, 우선 확진 환자의 전원 문제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의 병상 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병상이 결정되어도 환자를 이송할 응급차량이 없어 보건소에서도 확진 당일 전원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결국 사설응급차량을 자체적으로 섭외하여 밤늦은 시간에 전원하는 일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확진자와 접촉한 병원 직원들도 자가격리되다 보니, 확진자가 많이 나온 병동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분들이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어 다른 병동에서 임시로 도움을 주거나 진료부에서 간호업무까지 겸하는 일도 있었고, 저를 포함한 많은 직원분들이 몇 주 동안 귀가를 하지 못하고 가족과 떨어져 병원에서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중수본과 지자체에 인력충원 요청을 했지만 충원 시기를 알 수 없어 기다려야 했는데, 필요 인력 지원은 신규 확진자가 줄어 병원이 안정화 될 시기에서야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방호물품 부족 문제도 있었습니다. KF94 마스크, Level D 보호구를 포함한 코로나 격리 필수 장비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처음에는 대부분의 비용을 병원에서 충당해야 했고, 추후 보건소 관계자분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 문제도 골칫거리였습니다. 식당 조리사가 밀접 접촉자로 확인되자 원내 식당 자체가 갑자기 폐쇄되어 저작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위해 당일 새벽 직원들이 하나로마트 등을 돌며 도시락과 죽을 사재기해야 했고, 결국 한 달 동안 계속 도시락식사가 이어져 환자와 직원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습니다.
안타까웠던 점은 확진자 발생 초기에 역학조사관의 병원 방문이 늦어져 원내 직원들이 저녁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고, 방문한 이후에도 격리 병동의 범위만 정해줄 뿐 요양병원 내 격리나 이송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과 교육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개별 상황에서의 대처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밀접 접촉자가 진단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잠복기 가능성이 높아 비접촉자와의 분리는 물론, 밀접 접촉자 간의 전파도 차단해야 하는데 다인실 위주의 병원 환경에서 무증상의 밀접접촉자를 따로 분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으며, 추후 재검에서 양성으로 확인되었을 때 병실과 환자 재배치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또한 인지기능 장애를 동반한 환자들과 환자 걱정에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보호자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일이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당연한 권리인 이동의 자유를 제한해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환자분들이 많았으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기에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진된 직원 수도 여섯 명에 달하자 자기 자신도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심과 싸워야 했습니다.
이번 코호트 격리를 통해 얻은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주위에 여러 차례 반복 강조하며 말하는 것인데 바로 개인 방역 수칙의 중요성입니다. 마스크 착용과 개인 위생을 교육하여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간병사와 환자분들은 많은 수가 확진되었으나 코호트 이전 노출되어 확진된 직원을 제외하고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 직원들은 확진자들과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진료와 간병을 위해 확진자와 무수히 접촉하였어도 감염 없이 무사히 넘겼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4차 유행을 앞둔 현시점에서 개인방역수칙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코로나 이전 시기에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 하는 삶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해외나 국내 관광지를 인터넷으로만 바라보고, 지인들과 자주 시간을 보냈던 여가 공간들을 더 이상 방문할 수 없어 추억으로만 여기는 지금을 그때에는 믿지 못했을 듯합니다. 내년 봄에는 벚꽃과 유채꽃이 주는 봄소식을 만끽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