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와 의료계의 대응
|위드코로나와 의료계의 대응
성남시의료원 공공의료정책연구소장 김종명
11월부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로의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후 확진자 발생이 증가되고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상황이나, 사전에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 의료계의 적극적 대응과 참여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에 위드코로나의 필요성과 의료계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논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은 4차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 특징적으로 유행이 진행됨에 따라, 일일 확진자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 확진자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도, 위드코로나를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대를 모았던 백신접종만으로 유행을 차단할 수 있는 집단면역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유가 크다. 이는 델타 변이의 확산 때문이다. 델타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2~3배가 더 세다고 알려져 있다. 우한에서 발생한 초기 코로나19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2.5인데 반해, 델타 변이 코로나19는 5~8이다. 코로나19가 초기에는 1명이 2.5명을 감염시킨다면, 델타 변이는 5~8명을 감염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 델타 변이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R0)를 5라 할 때, 백신접종만으로 유행을 차단하려면 집단면역이 80% (집단면역률=1-1/R0*100) 이상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접종의 효력은 mRNA백신조차 80%에 이르지 못한다. 모든 국민이 100% 접종하더라도 델타 변이 유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불가피하게 코로나19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코로나19 백신 개발만으로 완전한 유행 차단이 어려워진 건 사실이지만, 백신 도입 덕택에 감염자의 치사율은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도 초기 치사율은 2~3%에 이르렀지만, 현재로는 0.3%대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백신 접종자는 0.1%대라고 하니 계절독감의 치사율(0.05%)에 근접해진 것이다. 따라서, 치사율이 낮아진만큼,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경각심도 줄어들고 있다.
셋째,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 피해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활동의 제한에서 비롯된 간접적 피해가 훨씬 크다고 알려져 있다. 더구나, 사회의 약자일수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에 더 노출이 크다.
따라서, 위드코로나는 위와 같은 조건 혹은 이유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우리보다 먼저 백신접종을 시작했고 높은 접종률을 보였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사례를 보면 위드코로나로 전환 후 오히려 확진자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우리도 위드코로나로 전환 시에는 5천 명을 넘어 1만 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확진자 수 증가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가이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현재 코로나 확진자는 공공병원과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확진자 수가 추가로 증가 시에는 기존의 환자수용력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특히 입원 병상과 중환자 병상을 추가 확보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다시 대학병원에 추가로 중환자실을 확보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하고 무증상,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재택치료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충하고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드코로나의 핵심은 어쩔 수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감염병시대를 받아들이고 그에 일상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대응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일상적인 의료체계가 일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무증상, 경증 환자까지 모두 코로나19를 전담하는 특정 병원에 입원격리시키거나, 생활치료시설에 입소하여 관여했다. 그런데,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바꿈 의료체계는 재택치료를 도입한다는 것이었고 그조차 특정 병원급 의료기관들을 지정하여 담당하게 했다. 여전히 임시방편의 임시대응 체계다.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는 강점이 있긴 하지만, 재택치료 영역은 병원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재택치료는 일차의료기관의 몫이어야 하나, 동네의원의 역할을 배제했다.
앞으로 코로나19의 대응을 위한 의료체계는 달라져야 한다. 감염병이 일상화된 시대에 맞게, 모든 의료기관이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계절독감처럼 진료할 순 없겠지만, 그와 비슷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 상급병원 혹은 대학병원은 중환자 중심으로 위중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고, 종합병원은 준중환자나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를 돌본다. 그리고, 무증상, 경증, 중등증 환자는 재택치료를 하되 일차의료기관이 환자 관리를 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리라 본다. 물론 이런 체계를 당장 시행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까지는 의료진의 백신패스와 방호복의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의료진이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기본적인 N95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착용한다면 환자 대면진료도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언제까지 동네의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기피하도록 할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가장 큰 타격은 동네의원이다. 동네의원을 배제한 채 위드코로나 대응 논의는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의료계에서도 일상적인 감염병 시대에 대응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